NDFF - 남도영화제 시즌1 순천

영화에 빠질 무렵, 자크 드미는 연극과 오페레타 공연을 즐겨 찾았다. 그런 기억 때문일까, 그는 모든 대사를 노래로 전달하는 순수 뮤지컬 〈쉘부르의 우산〉을 만들었다. 〈롤라〉에서 소녀가 첫사랑에 대해 묻자, 남자는 ‘그때에만 가능하며, 다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답한다. 주느비에브는 연인 기가 징집당하자 평생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슬픔으로 죽을 것 같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의 기억은 흐릿해진다. 드미는 뮤지컬이라는 비현실적인 장르에서 첫사랑을 이상화한다. 평자들이 ‘캔디 컬러’라고 이름 붙인 알록달록한 세계에서 사랑은 불꽃처럼 타오르다 꺼져간다. 드미는 언제나 그랬듯이 영화가 끝나는 순간에 현실로 난 문을 열어둔다. 그는 위대한 사랑의 신화가 결국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한다. 남은 건 달콤쌉싸름한 사랑의 꿈이다. 미셸 르그랑의 음악과 함께 영원히 기억되는 클래식 〈쉘부르의 우산〉은 1964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