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소개

남도영화제 시즌1 순천 2023.10.11 ~ 10.16

[전남지역 청소년들의 이야기]
우리는 어떤 계절의 풍경을 지나고 있을까? 남도영화제 시즌1 순천 ‘우리의 계절’에는 청소년 제작자들의 풍경을 담았다. 이 섹션은 전남영상위원회, 순천시영상미디어센터, 그리고 전남 장성의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학기 동안 청소년들이 직접 연출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지구와 환경을 지키려는 마음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표현한 〈화성에서 만나요〉와 보성 어촌마을을 배경으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소년과 소녀의 재회를 서정적으로 다룬 〈우리의 여름〉은 순천시영상미디어센터에서 2019년과 2022년 진행한 영화캠프 참여자들이 만든 작품이다. 〈벌레〉, 〈나의 인형〉, 〈힐링을 위하여〉는 청소년이라는 세계를 점령하고 있는 학교생활과 진학문제, 친구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관계의 질풍노도를 다룬다. 〈벌레〉는 서로를 의심하고 폭로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을 추리하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전남영상위원회 ‘2019 최수종과 함께하는 전남연기캠프’에서 제작되었으며, 이 작품의 청소년 제작자 중 일부는 영상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어 ‘2023 전남 연기캠프’ 보조강사로 다시 참여하기도 했다. 〈나의 인형〉은 학업, 진학, 학교폭력 등으로 어긋나는 관계 속에서 진정 우리가 온전히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영화가 교과과정으로 편성되어 있지 않은 장성의 인문계 고등학교인 문향고, 장성고 공동 교육과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희곡작가가 꿈이었던 장성고의 한 선생님이 영화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교육청에 특성화 사업을 제안하여 이뤄졌다. 〈힐링을 위하여〉는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수상실적이 필요했던 주인공과 그저 즐겁게 영상을 만들고 싶었던 동아리 후배와의 갈등을 다룬다. 이 작품은 순천시영상미디어센터 청소년영화동아리 ‘Put In Light’가 제작하였으며, ‘Put In Light’는 2017년 순천, 광양, 여수지역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결성되어 단편영화,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을 이어가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힐링을 위하여〉를 연출한 동아리 부장은 실제로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며 방학 때면 고향인 순천을 찾아 동아리 부원들과 영화를 만들고 있다.

작은영화관들이 각지에서 고군분투 중이지만 전라남도에는 여전히 영화관이 없는 지역도 있고,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상영관도 많지 않다. 영화를 배우거나 활동할 수 있는 기반도 부족하다. 이 섹션은 이 척박한 남도의 문화적 환경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긴 시간 버스를 타고와 영화 제작 교육을 듣고, 방학기간 전부를 내어서라도 영화캠프에 참여하는 마음, 학생들과 함께 영화의 꿈을 펼치고 싶은 선생님과 고단했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로컬영화제를 꿈꾸는 다큐멘터리 감독의 마음, 이 마음들이 모여 ‘우리의 계절’이 된다. ‘우리의 계절’은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의 모습이자 우리가 지나고 있는 시절의 이야기다. 마냥 아이처럼 굴 수도 없지만, 성인의 권리도 가질 수 없는- 사회적 책임을 질 수는 없지만, 책임감은 가져야 하는- 부딪히기도 부당하기도 한 ‘그 예쁜 계절’을 우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지나왔고, 나아가고 있다. 때로는 엉뚱하고, 때로는 아주 용감한 다섯 편의 풍경들을 함께 보며 ‘오늘도 예쁠’ 우리의 계절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문연옥 프로그램 선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