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소개

남도영화제 시즌1 순천 2023.10.11 ~ 10.16

지역 영화라고 하면 곧장 머리에 떠올리게 되는 유형들이 있다. 크게 두 부류로 나눠 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지역의 풍광을 이색적이고 낯선 배경으로 삼은 것들로 관광 홍보용으로 활용하기에도 적합해서 주로 지자체에서 선호하는 유형이다. 둘째는 지역의 주변부적 특성을 강조하면서 미래도 전망도 없는 삶의 지속을 포착하는 데 천착하는 유형으로, 사회적 의의는 있지만 종종 유사-리얼리즘적 스테레오타입들을 낳는 경향이 있는 독립영화들이다. 남도영화제 첫해에 선보이는 ‘남도 이야기’ 프로그램은 이러한 유형들에서 벗어나 지역의 풍광과 역사를 예술적 실천과 결합한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2009년에 박혜강과 이명훈에 의해 설립된 예술공간 돈키호테(Artspace Donquixote: www.art8013.net)는 성동초등학교 앞에서 개관해 2012년에 문화의 거리 쪽으로 이전해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순천의 중요한 예술 활동 플랫폼이다. 돈키호테는 실험적인 예술 프로그램들을 기획, 운영하는 한편 순천의 지방사 연구와도 관련된 프로그램들도 운영해왔다. 이번 남도영화제에서는 돈키호테가 영상작가(박병래, 변재규) 및 사운드 아티스트(최준용)와 순천만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결과로 나온 두 편의 영상작품 〈사진측량〉(2013)과 〈화포이경〉(2014)이 소개된다. 또한 목포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고영찬 작가의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밝은 방_PIXSEL〉(2016)이 돈키호테의 영상작품들과 함께 소개된다. 그는 신안군의 염전에서 소금을 만드는 작업에 종사했던 조부와 부친의 경험, 그리고 ‘그림소금(pixsel)’을 다루는 자신의 경험을 나란히 두고 생각해본다(‘sel’은 프랑스어로 소금이라는 뜻을 지닌다). 단출하게 구성된 프로그램이지만 지역의 풍광과 역사에 접근하는 대안적 방식을 가늠해볼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영화제 기간에는 예술공간 돈키호테의 기획자들, 그리고 각 작품의 작가들이 모여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유운성 프로그램 선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