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소개

남도영화제 시즌1 순천 2023.10.11 ~ 10.16

디아스포라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떠나 낯선 곳에 정착해 사는 삶과 사람들을 의미한다. 어감은 난해하고, 의미는 무겁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가깝고 먼 이동과 이주, 짧고 긴 만남과 이별을 거듭하며 다양한 디아스포라를 경험하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감각하는 낯섦은 곧 두려움이다. 때때로 그 두려움은 차별과 혐오로 변질된다. 인류의 역사는 끔찍한 제노사이드의 연쇄이기도 하다. 하지만 생을 향한 인간의 의지는 종종 죽음의 운명을 뛰어넘고, 고통스런 디아스포라는 더 나은 삶을 향한 희망의 여정이 된다. 그래서 디아스포라는 매혹적이다. 새롭게 다시 만난 세계다. 낯선 세계를 향한 여정에 남도영화제가 함께 동행할 참이다. 첫해 남도영화제는 ‘동행’이라는 주제 아래 디아스포라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연대하는 마음을 담아 세 편의 작품을 초대했다.

예술은 종종 국경을 초월한다. 그중에서도 음악은 비언어적이기에 전지구적이다. 2023년 남도영화제의 초청작 〈미호의 여정〉, 〈조이 라이드〉, 〈파인딩 허 비트〉 모두 음악이 의미심장하게 등장한다. 한국 대표 디아스포라 감독 섹 알 마문의 신작 〈미호의 여정〉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뮤지션 미호의 삶을 응시하는 다큐멘터리다. 미국 할리우드 여성-아시안-아메리칸의 힘이 집결된 〈조이 라이드〉는 좌충우돌을 뛰어넘어 난리법석의 ‘저 세상' 뮤지컬 코미디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다큐멘터리 〈파인딩 허 비트〉는 한국계 입양인 제니퍼를 중심으로 ‘금녀’의 영역이었던 일본 전통 북 ‘타이코’ 연주 도전하는 세계 아시아 여성들의 예술 투쟁을 담았다. ‘아시안’이라는 공통점에도 불구, 세 작품 속 주인공들은 사로 다른 정체성으로 갈등하고 충돌한다. 그때, 바로 음악이 디아스포라의 간극을 채운다. 갈등은 연대가 되고, 충돌은 케미스트리로 터진다. 〈미호의 여정〉, 〈조이 라이드〉, 〈파인딩 허 비트〉가 뿜어내는 우주 공통의 ‘비언어적 언어’인 음악의 권능을 만끽하시길. 무엇보다 남도는 풍류의 고장이니, 세 작품의 멋은 남도영화제에 신명을 더할 것이다.

이혁상 프로그램 선정위원